멈칫, 그리고 시작.

길을 걷다가 본 벚꽃의 풍경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어쩌면 인공적인 모습으로 보일 정도였다. 가지 하나하나에 맺힌 하얀 꽃의 모습이 팝콘 같았다. 그러나 그 모습이 내게 그다지 달가운 모습은 아니었다. 분명히 아름다웠지만, 절대로 달가운 모습은 아니었다. 차라리 그 꽃잎 하나하나가 떨어지는 모습이 더 '설득력' 있어 보였다. 노랗게 핀 개나리가, 눈송이 같은...

밀가루 반죽 칠이 벗겨진 바닥 위에 곤죽이 되게 뉘여놓고 물을 물을 붓고 또, 물을 붓고 전부 전부 흐르게 또, 흐르게 된 가루와 다름 없어진 그 모습이 자유를 얻은 냥 사라지고 남은곳 마르고 남은것 그걸 보니 뽀얗게 올라오는 하이얀 밀가루

기계 돌아가는 소리. 문이 쾅- 하고 버터 한모금을 삼키고 술 한조각을 삼키고 하늘로 떠오르는 풍선. 부풀어 오르다가- (공백) 어두운 밤 풍경을 보는 이. 첨예한 바람이 삭- 하고 불을 너에게 붙이고 정을 담배에 붙이고 차가운 비는 차가운 구름에서. 추적추적 내리다가- (생략)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나를 아프게 하고 내가 싫어하는 것들이 나를 아프게 하고 그래서 이상이, 그래서 현실이, 그토록 아프게, 그렇지만,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을 나는 좋아하지 않고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을 나는 싫어하지 않고 사람과 사랑과 삶과 표본과 편차와 편지 무엇보다도 나.

환하게 비추는 불꽃이 보고싶어 팔뚝을 베고 손끝이 저릿하며 웅장한 어둠속 연주를 듣고싶어 심장을 베고 가슴이 박동하며 그렇게 떠나간 그대를 보고싶어 그때를 베고 그렇게 흐느끼며 언젠가 맞이할 재회를 하고싶어 ——를 베고

어느새 녹이 슬어 거칠어진 구리 테이블 손으로 한 번 쓸어보았다. 그 위에 두 맨 팔을 얹고 나도 같이 슬어보자. 그리 샛-주황이던 이 테이블 어느새 창백해진 네 얼굴 놓인 팔은 더 이상 차갑지 않지만 좋은 현상이 아님을 알기에 차라리 샛-차갑던 네가 그리워져 어느새 창백해진 내 얼굴 온전히닿고싶어 들뜨지않고 나는피가나도좋으니 차가움을다시한번줘 탁자라고불러...